Winter is coming, Really coming.
출퇴근길에만 가끔 만나는 찬바람으로 겨울을 느끼던 나에게 2017년의 겨울은 생각보다, 그리고 여느 때보다 매서운 겨울이다. 진짜로 겨울이 왔다. 수년 전보다 길어진 겉옷의 길이와 짙어진 외투의 컬러가 스쳐 간 겨울과 함께 나이 들어왔음을 실감하게 한다.
어릴 때 살던 집은 뛰어놀 수 있는 마당이 충분한 곳이었는데 눈이 오는 날에는 동생이랑 눈사람을 만들 생각에 들뜨곤 했다. 분명히 TV에서는 어린이들도 쉽게 눈을 굴려 특이한 눈사람을 잘만 만들었는데, 우리는 그게 잘 안됐다. 작은 손으로 겨우 토닥거려 만든 눈사람은 금세 부스러졌고, 그게 꽤나 슬펐다. 그렇게 눈을 만지며 놀다보면 벙어리 장갑에는 굳어진 눈 파편들이 들러붙었고, 장갑도 금방 제 기능을 잃었다. 작은 손이 벌겋게 되면 부엌으로 뛰어가 엄마가 불위에 올려둔 솥뚜껑위에 장갑을 널어두고 빨리 마르길 기대하며 동동거렸다.
아랫동네 슈퍼마켓에 처음 들여온 호빵기계는 인기가 많아서 김오른 호빵을 사려고 동전 몇개를 쥐고 굳이 가까운 구멍가게를 돌아 호빵을 사먹었다. 밥솥에 찐 호빵처럼 밥풀이 붙지 않고, 밥 냄새가 배이지 않아 더 맛있었다.
그날의 추위는 떠오르지조차 않는 따뜻한 기억들이다.
오늘의 겨울은 그 시절의 감상과는 사뭇 다르지만, 아직 쌓인 눈이 예쁘고 뽀드득 소리가 듣기 좋은것에 위안을 하며 문득 변함없이 겨울을 함께 할 수 있는 동생과 눈오는날 데이트가 하고싶었다. 어쩐지 뜨끈한 국물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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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만두 by 깡통만두 ) |
안국역 2번출구 근처에 오래전부터 유명한 만두집이 있는데, 최근엔 방송에 나오면서 사람이 더 많아졌다. 방송에는 만두 전골이 나왔지만 나는 사골육수가 고소한 칼만두를 좋아한다. 고기만두 2개, 김치만두 1개가 들어있는데 고기만두를 3개 줬으면 좋겠다 :)
만두집에서 안국역쪽으로 조금 더 내려오다보면 레이어드(Layerd)라는 카페가 있다. 원래는 와인병이 멋스럽게 디스플레된 스테이크집이었는데 환한 느낌의 카페가 들어오니 느낌이 달랐다. 알고보니 스콘이 유명한 디저트가게였다. 한옥과 믹스매치된 인테리어가 이상하게 포근하고 좋았다.
레몬티를 좋아해서 카페에 갈때 종종 시켜먹는데, 이렇게 반쪽이 통째로 들어있는 레몬티는 처음이다. 그리고 진하고 진한 레몬향과 깊은 신맛! 마셔 없어지는게 아쉬워서 (사실 뜨거워서) 천천히 천천히 즐기게 됐다. 동생과 마주 앉아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무척 소중하게 감사하게 느껴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오래 전 우리처럼 쌓인 눈에 설렌 어떤 아이들이 곳곳에 눈사람을 만든 흔적이 남아있었다. 잔잔한 하루 끝에 기분좋은 만남이었다. 괜히 깨끗이 쌓인 눈을 밟고 낄낄거리며 눈사람 사진을 찍어봤다. 입술이 두꺼운 눈사람을 보니 요즘 애들 감각이 좋구나 했다.
진짜로 겨울이 왔다. 가끔은 겨울 바람보다도 더 견디기 힘든 순간도 맞이하게 되지만, 어쩐지 오늘만난 진짜 겨울은 그다지 춥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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